삼겹살에서 발견한 UX

2021. 1. 17. 00:35디자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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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비스는 저마다의 강점이 있고 최고의 서비스는 서비스가 가진 강점을 매력적으로 티 내는 방법을 안다.

오늘 밥상에 오른 '정육각'의 고기가 얼마나 신선한지에 대해 짧은 구매 후기이자, 정육각의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UX 속에 느꼈던 터치 포인트를 기록하고자 한다.

 

온라인 정육점 '정육각'

 

 

온라인 정육점 서비스를 운영하는 '정육각'에서는 고기를 원하는 두께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보통 온라인에서 고기를 살 땐 마켓컬리나 비마트에서 주문을 하는데 내가 원하는 두께는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온라인 배달이 간편해진 요즘에도 정육 식품은 근처 마트에서, 가능하다면 원하는 두께를 주문하곤 한다. 하지만 정육각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두께를 지정된 날짜에 배송받을 수 있다. 그렇게 정육각에서 두툼한 목살을 주문했다.

 

정육각이 신선함을 증명하는 방법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정육점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정육각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선함을 소비자에게 증명하고 있다. 상세페이지에는 얼마나 고기가 신선한지 자랑을 하고 한껏 기대를 했다. 평소 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만 알던 나에게 직접 먹어보지 않고 주문하는 고기가 신선한지 판단할 수 없었다. 배송된 고기를 꺼내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도축한지 3일이면 무조건 신선할것 같아

 

 

품질 스티커에 쓰여진 '도축된 지 3일'을 보고 신선함에 대한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는 걸 느꼈다. 고기가 담긴 박스와 보냉 가방에도 깨알같이 '신선함이 도착했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쿠팡의 프레시 백이나 이마트의 알비-백 (보냉 가방)처럼 음식을 신선하게 배송하는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고기 자체가 왜 신선 한 지에 대한 이유를 도축 기간에서 알 수 있었다. 사실 도축 기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도 없을뿐더러 정육각처럼 도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육점은 충분히 많다. 그럼에도 정육각은 자사의 강점을 제대로 티 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정육각의 UX는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고기를 고르는 시점부터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기 까지 일련의 여정을 거친다. 정육각은 '신선함'이라는 강점을 소비자에게 매 순간마다 어떻게 티 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그 티 내는 방법이 과하지 않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고기는 역시 신선했고 추운 겨울 배에 따뜻하게 기름칠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서비스는 티낼 줄 알 때 최고의 서비스가 된다.

디자이너의 꽃이며 통장을 무섭게 만드는 애플은 충전도 친절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소모품인 배터리 수명을 두려워한다. 특히 디바이스가 방전되거나 배터리 100% 상태에서 과충전에 대해 걱정이 많다. 애플은 머신러닝을 통해 취침시간 동안 '최적화된 충전'모드로 80% 상태를 유지해 다음날 아침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쯤 완전 충전이 되도록 설정해둔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은 애플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최근 생산되는 스마트폰에는 PCM(Protection Circuit Module)이라는 회로가 장착되어 있어 배터리의 과충전과 과방전을 방지해준다. 또한 이제는 일상이 된 '고속 충전기'는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완전 충전에 가까워지면, 얼마나 많은 전력을 전달할지를 자동으로 결정한다. 물론 애플이 제공하는 '최적화된 충전'이 이러한 기본적인 기술에 숟가락만 얹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플 사용자는 과충전을 방지하는 '최적화된 충전' 기능이 애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필자의 가족과 직장 동료들은 그랬다)

 

마치며..

정육각이 '신선함'을 어필하는 것처럼, 애플이 최고의 서비스라는 것을 티내는 것처럼 사소할 수 있는 이러한 디테일이 소비자와 사용자의 눈길을 한번 더 끌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하지 않게 서비스가 가진 강점을 적절한 타이밍에 티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디자인을 가르쳐주셨던 교수님은 항상 디자인은 연애와 같다고 하셨다. 이성에게 나의 매력을 은근하게 티 낼 줄 아는 방법, 절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아직은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UX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온라인에서의 UX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UX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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