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0. 21:26ㆍ디자인 일기
대표적인 해외여행 서비스 마이리얼트립, 코로나가 전염되면서 여행은 사라졌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마이리얼트립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았으며 불안함과 예측 불허한 시장에서 어떻게 도전을 했는지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속 여행 업에 대한 의문점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새롭게 열린 비대면 시대에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새로운 도전, 솔직한 실패를 이야기하는 디자인 스펙트럼콘에서 사라진 시대의 여행 디자인 세미나를 진행한 마이리얼트립에 대한 이야기다.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2020년 1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당시에는 하루 국내 발병률 1,000명이 넘어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할 때쯤 마이리얼트립의 주력상품인 해외여행이 차단되고 10,000건에 달하는 일일 예약 48건을 기록했다. 디자이너 박종민 팀장을 비롯해 마이리얼트립의 프로덕트팀은 이러한 비극 속에 새로운 여행이 무엇인지 찾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2020년 5월 황금연휴를 새로운 기회로 국내 여행 위주의 상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제주에서 N박하는 사용자
낯설던 언택트 시대가 새로운 뉴 노멀이 되었고 해외 상품에 집중하던 마이리얼트립은 자연스레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기존 마이리얼트립의 앱과 웹사이트를 국내 여행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들로 개편하는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국내 여행 위주의 서비스 개편을 통해 사용자가 제주도 상품에 수요가 많은 것을 캐치했고 데이터를 토대로 제주도, 서울, 강원도, 부산 탭을 메인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다.
불안의 시대, 힐링이 필요한 일상에 마이리얼트립은 '제주도에서 N박하는 여행자'로 타겟을 정의했다. 기존 인기있는 해외 여행지 카테고리를 과감하게 없애고 국내 선호도가 높은 여행지 탭을 구성해 여행지의 특색에 따라 다른 카테고리를 제공한다. 프로덕트 팀은 5월 황금연휴가 새로운 여행과 서비스 개편의 검증을 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연휴가 시작되기 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 탭을 단 이틀 만에 앱과 웹사이트 모두 작업을 했다고 한다.
마이리얼트립의 국내 여행 도전은 이제 시작이었다. 해외여행에 집중해 호텔과 한인 민박이 강점이었던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여행자의 정보와 상품이 부족했다. 국내 여행에 맞춰 서비스를 개편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프로덕트 팀은 '디자인을 재사용할 것'과 '새롭게 만들 것'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은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다를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에 따라 여행 관련 상품도 결이 다르다. 호텔, 펜션 비교, 캠핑 등을 고를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 사진, 상품 타이틀, 날짜 그리고 위치와 같은 것은 재사용하고 상품을 어필하는 설명은 각 상품끼리 비교하기 쉬운 UI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이러한 빠른 실행력으로 마이리얼트립은 역대 최저치인 48건을 기록했던 일일 예약 건을 5,237건으로 회복할 수 있었고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마이리얼트립 박종민 대표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 임팩트를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 속 여행을 재발명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이리얼트립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에 평소 애정 하던 서비스가 위기를 잘 극복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재난과 같은 이 상황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유하고 있고 있으며 마이리얼트립이 기회라고 말하는 5월 연휴가 나에게는 또 누군가에게는 코로나 확산이라는 위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이리얼트립 입장에서 이러한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사용자로 하여금 이 위기를 단지 거리두기 속 힐링 여행으로 충분히 잘 대처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나의 최애 아이돌 모더레이터 김지홍님께서 이 질문을 캐치해주셨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조금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의 여행에 대해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박종민 프로덕트 디자이너 : "마이리얼트립은 전사적으로 언택트 시대에 여행의 의미가 바뀌면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범국가적으로 불안한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떠한 가이드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국가 방침 안에서 방역 관리가 잘 되고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은 상품에 방역 방침을 강조하며 제공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또한, 랜선 투어라는 새로운 여행을 제공하기도 했죠."
랜선 투어는 대리만족의 명사로 자리잡은 먹방와 겜방(게임 방송)의 특징을 가져온 대리 여행인 셈이다. 집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실시간으로 여행을 간접체험하는 것에 생각 외로 사용자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마이리얼트립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여행을 계속해서 재발명해가고 있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코로나 속 여행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사용자의 여행에 대한 욕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여행을 위한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여행의 재발견
많은 준비 끝에 다양한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는 기존 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국내 여행으로 전환되며 '집콕을 벗어나 새로운 국내 지역에서 생활하기'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가져왔다.
해외 여행 중 저렴하게 숙소를 제공하는 에어비엔비는 이제 국내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살아볼 수 있는 컨셉으로 코로나 속 여행을 재발명하고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여행 중 쉬어가는 호텔이 아닌,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호캉스를 제공하고, 최근 새롭게 등장한 한달살기는 국내 제휴를 맺은 펜션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다. tvn 삼시세끼 예능을 코로나가 사용자에게 가져다준 것이다.
마치며
코로나는 여행업계에 상상도 하지 못할 타격을 주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 한발짝 더 나아간 기업들이 있었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었다. 마이리얼트립의 도전적이고 성공적인 성과는 특히 모바일과 웹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업계 종사자로서 큰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있었다. 고객 중심 디자인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일일 예약건 98%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도전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마이리얼트립의 국내 여행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사용자가 좋은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면 코로나가 종식되고 해외 여행길이 열렸을 때 자연스럽게 해외 여행 고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상황이 나아졌을 때 한 발짝 더 도약할 것이다.
'디자인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달 기사가 된 디자이너 (9) | 2021.01.24 |
---|---|
삼겹살에서 발견한 UX (6) | 2021.01.17 |
서비스 경험 디자인 기사 신설에 대해서 (2) | 2020.11.11 |
왓챠는 틀리지 않았다. 다를 뿐 (Ft. 넷플릭스) - 2부 (4) | 2020.09.08 |
왓챠는 틀리지 않았다. 다를 뿐 (Ft. 넷플릭스) - 1부 (0) | 2020.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