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5. 15:23ㆍ디자인
밥값 하는 기획자가 되겠다던 나의 9개월을 돌이켜보며
회사,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필자가 현재 수행 중인 프로젝트는 초기에 12명 정도의 기획자가 투입되었다. 입사 첫날부터 투입되어 하나의 파트를 담당하고 현재 서비스 오픈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신입 기획자로서 보완하면 좋은 점을 인지하기 위해 서투른 글을 작성한다.
와이어프레임과 디스크립션이 포함된 문서를 화면정의서, 화면설계서, 스토리보드로 칭하며 이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저의 회사에서 사용 중인 '화면정의서'라는 용어로 화면설계서와 스토리보드를 대체합니다.
고객 요구사항을 대하는 자세
고객의 요구사항은 비즈니스 정책과 개발에 관련된 내용들이 조각처럼 쌓여 표로 정리된 문서이며 요구사항 명세서라고 불린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화면을 설계하는 것은 기본이며 요구 사항을 제대로 숙지하면 다른 파트 기획자와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기획자는 화면을 설계하기 전 요구사항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커머스 서비스에서 주문 관련 파트를 기획하고 있다면 주문과 관련된 회원 파트에서 주문 파트의 정책을 문의할 때가 있다. 이때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으면 명세서를 찾는 시간을 줄이고 빠른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기획자는 화면정의서라는 무기를 가지고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까지 개발자, 디자이너,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관리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어야 추후 요구사항과 다른 요건을 받았을 때도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요구사항을 달달 외우고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화면정의서의 앞단에 고객의 주요 요구사항 내용을 정리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화면정의서의 일관성
화면정의서는 기본적으로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위해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완벽한 화면정의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개발자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거듭된 리뷰로 수정 작업을 거치며 탄탄하게 만들어가게 된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일수록 하나의 서비스를 여러 기획자가 분담해 화면을 설계하게 되는데 이때 공통의 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화면정의서의 공통된 룰은 마치 디자인 시스템처럼 자주 쓰이는 공통된 요소들을 정의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게 되는데 이는 기획자의 UI고민을 줄여주고 서비스 플로우와 다양한 케이스 설계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 공통의 룰에는 헤더, 화면 타입, 버튼, 인풋 필드 등이 있으며 필자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에는 한 명의 기획자가 공통만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의 룰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것은 금해야 한다. 가령 [리스트 화면 → 상세 화면]으로 공통된 뎁스가 적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상세 화면에 보이는 내용이 적은 경우 리스트 화면에서 모든 내용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공통된 룰에 위배될 수 있으나 사용자 입장에서 의미 없는 뎁스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화면 정의서에 공통된 룰을 적용할 때 사용자 입장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없는지 항상 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때 공통을 설계하는 기획자와 공통 범위를 확장할 것인지 또는 독립적인 룰을 가져갈 것인지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기획자의 전달력
화면정의서의 꽃은 디스크립션이라 불릴 정도로 필수로 작성되며 좋은 디스크립션은 디자인과 개발의 오류를 줄여주고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디스크립션에 감이 잡히지 않는 분이라면 도그냥님이 작성한 디스크립션을 작성하는 방법을 참고하면 좋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디스크립션을 꼼꼼히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디스크립션의 목적은 기획 의도를 전달하기 위함이며 전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디스크립션의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 화면 정의서를 읽기 전 서비스 플로우의 이해를 돕는 플로우 차트를 배치해둔다.
2. 화면의 기능에 여러 케이스가 존재하는 경우, 케이스 조건표를 만들어둔다.
3. 디스크립션 영역뿐만 아니라 화면상에도 직관적으로 표기를 해둔다.
10명의 기획자가 있으면 10개 스타일의 화면정의서가 있을 만큼 화면 정의서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겨있다. 그만큼 좋은 화면정의서를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위의 3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본인만의 화면정의서를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도와줄 수 있다.
회의록 작성
부서를 막론하고 신입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다. 필자의 경우 회사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인정받는 것이 목표였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신입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수개월을 돌이켜 보았을 때 신입으로서 회의록을 작성하는 역할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특히 기획자에게 회의록은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요구사항과 직결되고 화면정의서를 보완하는 데 근거가 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에선 회의를 진행할 때 안건을 정해두기 때문에 안건을 소주제로 잡고 핵심이 되는 객관적인 내용만을 기록하면 된다. 가령 A/B를 고민하는 논의 속에서 A로 정해진다면 정해진 내용과 발언자를 함께 작성하면 좋다.
필자는 회의록을 단순한 일 정도로 생각했지만 매 순간 회의에 집중하고 객관적인 내용을 기록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회의록은 회사에서만 작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거나 친구와 여행 계획을 세우는 등 일상 속에서도 다양하게 연습해볼 수 있다. 객관적인 기록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기획자는 화면을 잘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개발자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프로젝트가 끝맺음을 잘 지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의 엔드 유저를 고려한 설계(UX)를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의 경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UX기획자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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