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엔비가 호스트로 자동사냥하는 UX

2024. 12. 5. 00:12디자인

에어비엔비에서 숙소를 둘러보면 '게스트 선호' 라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3년 11월에 도입된 '게스트 선호' 라벨은 단순히 보면 게스트가 숙소를 더 잘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러 숙소를 비교하고 선택해야 하는 게스트 입장에서, 첫 화면에 절반 이상 노출되는 이 라벨은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게스트 선호' 라벨은 왜 도입되었을까? 

출처: 에어비엔비

 

'게스트 선호' 라벨은 게스트뿐만 아니라 호스트 모두에게 미묘하면서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본 글에서는 단순해 보이는 이 기능이 에어비엔비에 가져오는 변화를 지표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게스트 입장에서 좋은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2가지의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프리미엄 경험' 유형으로, 호스트가 자본을 투자해 접근성이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고급 인테리어나 최상의 시설로 게스트에게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게스트 케어' 유형으로, 호스트가 숙소 청결 상태를 철저히 관리하고, 게스트의 불편 사항이나 요청에 신속히 응대하며 정성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작은 문제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더 큰 불만족과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에어비엔비에서 게스트가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어비엔비에서는 모든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전반적인 '게스트 케어' 수준을 높이는 것이 주요 미션일 것이다. 그리고 에어비엔비의 '게스트 선호' 배지는 '게스트 케어' 수준을 높이는 호스트에게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출처: 에어비엔비 https://www.airbnb.co.kr/help/article/3496

 

게스트 입장에서는 '게스트 선호' 라벨을 통해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로 작용하여 안심하고 숙소를 고를 수 있고, 호스트 입장에서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함(FOMO)으로 인해 배지를 획득하고자 노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게스트 선호' 라벨이 붙은 숙소는 에어비엔비만의 노출 알고리즘에 의하여 상위 노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호스트 입장에서는 게스트의 '호스트 케어' 수준을 높이는 데 더 힘쓸 것이다. 현재는 '한옥' 기준 약 30%가 '게스트 선호' 숙소로 등록되어 있다.

호스트가 '게스트 케어' 수준을 높일수록 에어비엔비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재방문을 유도하여 매출 전환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서비스 불만족으로 인한 CS 비용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에어비엔비의 '게스트 선호'와 같은 배지는 이미 서비스 전반에 익숙한 제도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당근의 '온도'와 네이버의 '인플루언서'가 그렇다. 하지만 에어비엔비의 '게스트 선호'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을까? 

'게스트 선호' 배지는 숙소 선택 과정을 간소화하고, 게스트의 의사 결정을 직관적으로 지원하는 신뢰 지표로 작동하게 된다. '청결함'이나 '응대 친절함'같은 명확한 가치는 누구나 필요로 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당근의 '온도'나 네이버의 '인플루언서' 배지는 구체적인 가치와 기준이 덜 명확하여 "왜 이사람이 99도지?" 혹은 "왜 이 사람이 인플루언서지?"라는 의문을 가지곤 한다. 결국 플랫폼으로써 모든 사용자에게 가치가 있는 배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배지를 얻는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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