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7. 00:24ㆍ커리어 노트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우매함의 봉우리를 거쳐 블로그를 멀리했더니 어느새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에이전시를 시작으로 빅테크 기업의 5년 차 UX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지난 경험을 돌아봤더니 치열하기도 했고 많이 지치기도 한 것 같다.
지나온 날들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5년을 계획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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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공,
에이전시 UX 기획자
나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프로젝트를 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기획에 더 흥미를 느꼈다. 기획의 정의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여전히 머뭇거리지만, 당시엔 포트폴리오에서 앞단의 기획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디자이너'와 '기획자' 이름이 붙은 직무엔 모두 지원서를 냈고 첫 커리어를 에이전시에서 "UX 기획자"로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생각했던 에이전시의 이미지는 "연봉은 적지만 야근을 자주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로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2020년 전후로 에이전시에도 '워라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1년 넘게 워라밸을 지키며 진행했던 대규모 구축 프로젝트가 스타트업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 경력 기술서는 공백이 되어버렸고 커리어에 대한 불안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무렵, 디자이너 채용 공고에 인턴십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채용형이든 체험형이든 가리지 않고 입사 지원을 했다.
정규직에서 다시 인턴으로
신입 디자이너 채용에 인턴십 프로그램이 많은 건, 포트폴리오에서 보이는 역량이 실무 역량과 사뭇 달라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실무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던 시기이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사전 과제와 여러 프로그램을 취준생에게 요구하곤 한다.
나는 다행히 재직했던 에이전시의 워라밸 덕에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디자이너로 실무 경험을 체험하는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지인들과 UX 스터디(아하모먼트 스터디)를 진행하며 알게 모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이 스터디를 통해 비판적 사고를 하는 습관이 생기며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여러 기업의 사전 과제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빅테크 IT 기업의 채용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닿았고 곧장 퇴사를 선언했다. 이때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으로 하루하루가 고단했던 시기였는데, 그럼에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중고 신입 준비생(?)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은 빅테크 IT 기업 인턴 경험도 경력이 되는 시대기도 하고, 만 1년까지만 지원이 가능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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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시스템, 고민의 깊이
큰 기업에 들어오고 가장 처음 느꼈던 건 시스템이 참 잘 갖춰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약 1년 동안은 회사에서 키워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동시에 밥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게 느껴졌다. 사용자 규모가 크고 국내에 이렇다 할 경쟁사가 없는 서비스이면서 보고 체계까지 시스템화되어 있으니 매 순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챌린지의 연속이었다. 에이전시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과업을 '수행'하는데 집중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주변에 에이전시를 오래 다니던 지인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고객사의 입맛에만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포트폴리오에서 사용자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일이 아닌 추후 나의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라도,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서 포트폴리오를 빛나게 해 줄 사용자를 위한 고민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곳인 것 같다.
일과 삶의 균형
대기업의 장점은 높은 금전 보상부터 복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최대 장점은 주변에 '뛰어난 동료'가 많다는 것이다. 실무 역량은 물론이고, 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참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난 동료들 사이에 있다보면 종종 내가 작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의 '톱니바퀴'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들곤 한다.
작은 '톱니바퀴'가 시스템을 움직이고 싶은 마음에 나는 과제를 받으면 온 에너지를 퍼붓곤 했다. 새벽까지 고민이 깊어지는 날에는 다음 날 온종일 머리가 돌아가지 않기도 하고,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를 과음하니 노화 이슈와 함께 체력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변에 뛰어난 동료들은 재능이 출중한 것인가? 물론 이해도 수준도 높고 인사이트도 풍부한 그런 동료도 간혹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주말에 잘 쉬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이러한 일과 삶의 패턴은 하루 이틀 수행한다고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누적된 습관이 결국 성과로 이어지며 연말 평가에서도 우수한 고과를 받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요즘 더욱 업무 강도와 휴식의 균형을 찾는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주제의 아티클이나 유튜브 영상을 차고 넘치게 봐왔지만 실제로 겪고 실천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는 것 같다.
5년 차 정도가 되면 현생에서는 '결혼'이라는 것을 고민하거나 앞둔 시기가 되는 것 같다. (비혼이 아니라면)
일을 대하는 태도, 일하는 방식이 앞으로의 커리어를 결정하는 데 아주 큰 요소가 될 텐데, 그런 면에서 지난날들을 돌이켜보았을 때 딱 하나 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면.. 회사 업무를 하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병행했던 것이었다. 이건 다른 글에서 한번 써봐야겠다.
올해도 고군분투 하는 직장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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